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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와 레쌈삐리리(8) |
02-27 2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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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71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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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롱을 지나서는 올라갈때와는 다른길로 내려오다, 히말라야의 마지막 숙박지인 귀미에도착했다. 다랭이 논둑길을 따라 들어간 귀미롯지는 세인포티아를 비롯한 히말라야 특유의 짙은 꽃들이 롯지의 초라함을 화려한 아름다움으로 치환하고 있었다. 롯지 마당에 메놓은 빨랫줄에 걸린 빨래가 친근하다. 평소 보다 조금 일찍 도착 한 편이라 아직 햇살이 좋다, 했지만 그것도 잠시, 해가 어스럼 해지니 금방 공기가 싸늘해진다. 밭에 피워 놓은 모닥불에 몸을 돌려가며 바베큐 구이(?)를했다. 바람에 불씨가 날라 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함께...
마당에선 잔치준비로 약간 부산스러워 진다. 준비라야 플라스틱의자 몇개와 탁자에는 대원들이 준비해온 학용품과 알록 달록한 머리핀 고무줄 같은 것들을 늘어놓았다. 그나 저나 주위는 어두워지는데 주민은 한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주민들이 오긴 와요? 이 깜깜한 밤에..." 윤대장이 "저기"하고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하늘에서 별이 내려오고 있다.(나중에 보니 랜턴 불빛이었다. 이글을 쓰는 지금도 궁금하다. 도대체 어떻게 그 깜깜하고 가파른 산길을 랜턴불빛 하나에 그여러명이 의지해서 내려왔다 또다시 돌아 갔는지 ...) 이산 저산에서 별이 내려 오더니 마당은 금세 씨끌벅적 해진다
환한 전깃불에 아름답게 치장한 소녀들의 재잘거림과 찍찍대긴 하지만 앰프를 통해 울리는 신나는 음악, 북을 비롯한 민속악기들의 연주로 마당은 금세 잔치분위기다. 귀에 이은 레쌈 삐리리와 노래한곡의 합창이 끝나고 마당은 댄스장으로 변했다 민속의상을 곱게 차려입은 소녀들,소년들이 소녀들에게 보내는 구애의 눈길에 곁들인 현란한 꺽기 춤, 젊잫고 잘생긴 우리 가이드 장부의 점잖은춤, 중년의 포터가 부르는 뮤지칼 배우 같은 노래, 그들에게 끌려 나온 나를 비롯한 우리 일행의 막춤, 아무것도 깔지 않은 흙마당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상념에 젖어 춤추는 아름다운 무희의 까맣고 하얀 먼지가 덮인 맨발을 본다. 그 유명한 이사도라 던컨의 하얀 맨발을 떠올린다. 그 호들갑스런 유명세가 하찮게 느껴진다.
옷 속으로 파고드는 추위와 몰려드는 피곤함으로 슬그머니 자리를 빠져나와 방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언제왔는지 벌써 코까지 골며 곤히 잠들었다. 나도 조용히 내 침낭 속으로 파고들었다. 아직도 소란스러운 바깥의 웃음소리와 음악소리, 코고는소리... 웬지 알수 없는 소외감과 외로움에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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