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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등산스틱, 탐방로 훼손 vs 안 쓰는 게 자연훼손/월간산 2021.1월호    01-14 14:09
  조회 : 2898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등산스틱, 탐방로 훼손 vs 안 쓰는 게 자연훼손

  • 글 서현우 기자 
  • 사진 C영상미디어

  • “등산스틱의 촉이 얼마나 많은 흙과 나무뿌리의 유실을 초래하는지 모릅니다. 

    티끌만큼 깎여나간다고 해도, 등산인구 2,000만 시대에 그 티끌이 얼마나 큰 태산을 이룰지 

    짐작할 수도 없습니다.”

    등산스틱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탐방로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최근 본지에 제보됐다. 

    이 제보를 보내온 이는 스틱사용하지 않기 친환경등산실천운동본부 고태우 대표. 

    산악계에서 지난 10여 년간 스틱을 사용하지 말자고 주장해 이목을 끌었던 인물이다. 

    고 대표는 “자연의 입장에서 스틱은 흉기”라고 말했다.

    반면 윤치술 한국트레킹학교 교장은 “등산스틱으로 인한 등산로 피로도 누적을 걱정한다면 

    애초에 등산 자체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두 산악인의 주장을 들어봤다.

       

    등산스틱을 사용하면 무릎 관절 보호에 도움이 된다. 사진은 등산스틱 사용법을 강의하고 있는 윤치술 교장.


    등산스틱, 얼마나 등산로 해치나?

    고태우 대표(이하 고)/ 1980년대의 국립공원, 그리고 2020년대의 국립공원의 

    등산로 사진을 보면 그 차이점을 확연히 알 수 있다. 등산스틱에 의한 등산로 훼손 정도에 대한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녹색연합에서 백두대간이나 지리산 등 인기 명산의 등산로를 조사해 대부분의 구간의 훼손이

    심각하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지리산의 경우 등산로 훼손이 워낙 심해서 세석대피소부터 촛대봉까지 

    ‘스틱 사용 안 하기’ 운동을 자체적으로 실시한 적도 있다.

    등산스틱이 찍고 지나간 등산로는 흙이 파여 나가고, 바위가 무너지고, 

    나무뿌리는 그대로 드러난다.

    집중호우가 오면 산사태 위험도 높아진다. 

    나는 겨울에도 가급적이면 아이젠을 안 차려고 한다.


    윤치술 교장(이하 윤)/ 등산스틱의 촉은 정말 작디작다. 

    그 촉으로 인한 등산로 훼손이 걱정이라면, 훨씬 더 넓은 면적인 

    등산화로 인한 훼손을 먼저 걱정해야 하고, 

    이것이 걱정된다면 등산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등산스틱으로 일부러 나무뿌리를 찍거나, 

    흙이 패이게끔 쓰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민의식 수준도 많이 높아져서 데크에선 스틱을 들고 다니거나, 

    고무캡을 씌워서 다닌다. 

    LNT운동, 클린하이킹 운동도 이젠 보편화됐다.

    오히려 스틱을 안 쓰면 주변 식생을 더 훼손할 우려가 있다. 

    스틱이 없는 사람들이 가파른 경사로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주변의 나무나 

    풀을 잡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훼손된 등산로를 한 등산객이 스틱을 사용해 지나가고 있다. 고태우 대표는 스틱이 등산로 훼손의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등산스틱 안 쓰면 무릎에 무리가 오지 않을까?

    윤/ 익히 알려진 대로 등산스틱을 쓰면 무릎연골 보호에 큰 도움을 준다. 

    올바른 등산스틱 보행법, 가령 마더스틱 워킹을 익히고 산에 가면 더욱 효과적이다. 

    스틱은 나이를 먹어서 균형 감각이 떨어지고 에너지가 줄어들 때, 

    우리 몸의 부하를 줄여 주는 효과적인 보조기구다.


    고/우리 주변엔 스틱 없이 등산해도 아무런 불편을 호소하지 않는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다. 

    요점은 다리근력과 등산습관이다. 매일매일 다리근력을 충분히 강화해서 무릎을 보완해 주고, 

    적당한 등산 속도, 등산 거리, 등산 횟수, 배낭 무게를 유지하면 건강하게 오래도록 

    등산할 수 있다. 

    물론 스틱을 갖고 산행하던 사람이 당장 스틱 없이 산에 가면 당연히 무릎에 탈이 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여기서 등산의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등산은 애초에 자기에 대한 도전이고, 당연히 힘든 것이다. 

    자신의 몸이 약간 편하자고 자연 훼손을 누적시키면 안 된다.


    등산스틱 사용자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고/ 지금 전국의 등산로는 나무데크와 야자매트로 뒤덮였다. 

    이건 등산객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등산로의 흙과 식생을 보호보존하기 위한 것이다. 

    스틱을 사용한다고 무릎 등을 보호해서 오래도록 건강하게 등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스틱을 사용한다고 등산의 안전 등 모든 것이 보장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2021년부터는 스틱 없이 산의 등산로를 보호하면서 산과 진정으로 동화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윤/ 어쨌든 등산로 훼손은 모든 산악인들이 경각심을 갖고 마주해야 하는 문제다. 

    스틱으로도 당연히 등산로가 훼손될 수 있다. 

    특히 스틱을 사용할 때 온 체중을 싣는 경우다. 스틱은 보조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스틱 두 개를 동시에 앞에 던져서 오르막일 땐 추진력을, 

    내리막일 땐 제동력을 얻어 무릎을 보호해 줘야 한다.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이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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